잡가: 공명가
<공명가>는 판소리: 적벽가중 공명(孔明)이 남병산에서 동남풍을 기원하는 대목에 서도식 가락에 얹은 것이다.
<초한가>와 더불어 가장 많이 불리고 있는 서도 좌창의 하나이다. 사설이 상당히 길고 섬세하여 대단히 벅찬 노래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설이 긴만큼 가락에 변화를 많이 주어 멋스럽기도 하다. 서울의 긴잡가는 대부분 도드리 장단으로 되어 있는데 반해 이 <공명가>는 소절마다 박자가 다른 불규칙박자로 되어 있다.
형식은 두 선율의 반복으로 극히 단조로우며 대체로 응답식으로 오르내린다. 음조가 오늘날 부르는 것 보다 건듯건듯 가볍게 넘어가고 있어서 장중한 느낌보다 흥겨운 느낌이 난다.
그 내용은 촉한(蜀漢)의 제갈량의 사적을 윤색하여 지은 노래이며, 수심가 토리로 되어 있는 선율이 애절한 느낌을 준다.[1]
가사
공명(孔明)이 갈건야복(葛巾野服)으로 남병산(南屛山) 올라 단(壇) 높이 높고 동남풍(東南風) 빌제 동(東)에난 청룡기(靑龍旗)요 북(北)에난 현무기(玄武旗)요 남(南)에는 주작기(朱雀旗)요 서(西)에난 백기(白旗)로다 중앙에는 황기(黃旗)를 꽂고 오방기치(五方旗幟)를 동서사방으로 좌르르르르 버리워 꽂고, 발 벗고 머리 풀고 학창혁대 띠고 단에 올라 동남풍 빌어댄후 단하(壇下)를 굽어보니 강상으로 둥둥둥둥 떠오는 배 서성정봉(徐盛丁奉)의 밴줄로만 알았더니 자룡(子龍)의 배가 분명하다.
즉시 단하로 나려가니 자룡선척(子龍船隻)은 대(待)하였다가 선생을 뵈옵고 읍(揖)하는 말이, 선생은 체후(體候) 일향 하옵시며 동남풍 무사히 빌어 계시나이까, 동남풍은 무사히 빌었으나, 뒤에 추병(追兵)이 올듯허니 어서 배 돌리여 행선을 하소, 자룡이 여짜오되, 소장(小將) 하나 있사오니 무삼 염려가 있사오리까, 즉시 배를 타고 하구(河口)로 돌아갈제, 주유(周瑜) 노숙(魯肅)다려 하는 말이, 공명은 제아무리,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육도삼략(六韜三略)을, 무불능통(無不能通)할지라도, 갑자년(甲子年) 갑자월(甲子月) 갑자일(甲子日) 갑자시(甲子時)에 동남풍 빌기는 만무로구나, 말이 맞지 못하야 풍운(風雲)이 대작(大作)하며, 동남풍 일어날제, 검정구름은 뭉게뭉게, 뇌성벽력은 우루루루루 바람은 지동치듯 번개는 번쩍 빗방울은 뚝뚝뚝뚝 떨어질제, 주유 깜작 놀라 북창(北窓)을 열고나 남병산 바라를 보니, 단상 깃발은 펄펄 나부끼어, 서북을 가리워질제, 이때에 서성 정봉 양장(兩將) 불러 분부하되, 공명은 천신(天神)같은 모사(謀士)니 저런 모사를 두었다가는 이후 후완이 미칠 듯하니, 너의 두 장수는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남병산 올라가여 공명의 머리를 베려를 오라, 만일 베여오지 못하며는, 군법 시행을 행하리로다.
서성 정봉 분부 듣고 필마단기로 정창을 높이 들고, 서성일랑 수로로 가고 정봉일랑 육로로 가여, 남병산 올라가니, 공명선생은 간 곳 없고, 다만 남은건 좌우단 지킨 군사뿐이라, 군사다려 묻는 말이, 선생이 어데로 가시드냐, 군사 여짜오되, 발 벗고 머리 풀고, 학창 혁대 띠고 단에 올라 동남풍 빌어댄 후, 산하로 나려가시더니 어데로 가신 종적을 알지 못하나이다.
서성이 그 말 듣고, 대경(大驚)하야 산하로 층층층 나려가 강구(江口)를 점점 당도하니, 강구에 인적은 고요헌데 다만 남은건 좌우 강 지킨 사공뿐이라.
사공다려 묻는 말이, 선생이 어데로 가시드냐 사공이 여짜오되, 이제 웬 한 사람 발벗고 머리 풀고, 구절(句節)에 죽장(竹杖) 짚고 예와 섰더니, 강상으로 왠 한 편주(片舟) 둥둥둥둥 떠오드니, 웬 한 장사 선두(船斗)에 성큼 나서 양손을 읍(揖)하구, 선생을 맞아 모시고, 강상으로 행하더이다.
서성이 그 말 듣고, 선척을 재촉하야 순풍에 돛을 달고 따를 적에, 앞에 가는 배 돛 없음을 보고 점점점점 따르다가, 선두에 성큼 나서 하는 말이, 앞에 가는 배 공명선생이 타셨거든 게 잠깐 닻 놓고 닻주어 배 머무르소서, 우리 도독전(都督殿)에 신신 부탁하오니, 말 한마디만 들읍시고 행선을 하옵소서.
공명이 뱃머리 성큼 나서 하는 말이, 서성아 말 들어라, 내가 너의 나라 은혜도 많이 베풀고, 동남풍까지 무사히 빌어 주었건 무삼 혐의로 나를 해코저 하느냐, 너의 두 장수는 부질없는 길을 따르지 말고, 빨리 돌아가 내 말 갖다 도독전에 전하고, 너의 국사나 도우려무나.
서성이 들은 체 아니하고 따를 적에, 자룡이 뱃머리 성큼 나서 하는 말이, 서성아 말 듣거라, 내가 너를 죽일 것이로되, 양국에 의가 상할 듯 싶어, 죽이지는 아니 하고 살려 보내거니와, 잠깐 이내 수간이나 비행을 하노라.
철궁(鐵弓)에 왜전 먹여, 깍지손 끼여들고, 좌궁(左弓) 우거질까, 우궁(右弓)이 저저질까, 줌 앞날가 줌뒤날까, 각지손 지긋 떼니 강상으로 번개같이 빠른 살이 서성 탄 배 돛대 맞아 물에가 텀벙 떨어지니, 돛은 좌르르 용청 끊어져 뱃머리 비빙빙 돌아를 갈제, 재삼 연(連)하야 철궁에 왜전 먹여, 각지손 지긋 떼니 강상에 수루루 건너가, 서성 쓴 투구마저 물에가 텀벙 떨어지니, 서성이 혼비백산 하였다가, 겨우 인사 차려 사공다려 묻는 말이, 저기 저 장사난 어떠한 장수드냐, 사공 여짜오되, 전일 장판교(長板橋) 싸움에 아두(兒斗)를 품고, 순식간에 억만대병을 제쳐 버리고 장판교로 돌아와도, 아두 잠들고 깨지 않았다 하시던 상산(常山)땅에 조자룡이로소이다.
서성이 그 말 듣고 하릴없어 빈 뱃머리를 본국으로 돌리며, 자탄(自嘆)하는 말이 한종실(漢宗室) 유황숙(劉皇叔)은, 덕이 두터워 저런 명장을 두었건만, 오왕(吳王) 손권(孫權)은 다만 인자(仁慈)뿐이로다, 천의(天意)를 거역 할 수가 없어 다만 돌아를 가노라.
외부 링크
주석
- ↑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자료시리즈 Vol. 26 KICP-063-065 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