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 장르: 성악곡
- 작곡가: 윤이상 (YUN, Isang)
- 작품명: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My Land, My People!)
목차
역사
- 작곡 연도: 1987년 2월과 3월 (2개월간)
- 작곡 장소:
- 작곡 계기: 작곡가 자신의 해설에 의하면[1],
- "언젠가 한번은 민족을 위한,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안겨질 곡을 쓰고 싶었다. 이 곡은 나의 양심에서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온 곡이다. 이것으로써 광주여 영원히!와 함께 나는 작곡가로서 우리 민족에게 바치는 나의 절절한 호소와 충정을 표시한 것이다."
작곡가는 이 곡에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라는 제목을 붙인 데 대해
- "우리 땅은 우리 민족의 주인이다. 우리의 땅은 아무도 침범할 수 없고 이 땅에 사는 민족은 갈라질 수 없다. 우리의 역사가 가르쳐준 쓰라린 교훈은 우리 민족에게 강렬한 자활의식을 심어준 것이다. 단합, 화해, 자주, 평등, 평화 이런 귀중한 요소들이 우리 민족 앞에 주어진 지대한 과업이고 목표이며, 그 때문에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라고 호소형으로 표현하였다".
실제로 "오 영광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통일이여!"라는 백기완의 가사가 4부 마지막에 등장한다.
- 초연 연도: 1987년 10월 4일
- 초연 장소: 평양, 북한 (작곡가는 남한에서 초연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봤으나, 이루어질 수 없었다)
- 초연자:
원작이된 시
작곡가는 이 곡을 우리말로는 '교성곡 (칸타타)'라고 부르고 있으며, 경련, 백기완, 문익환, 고은, 문병란, 양성우, 박봉우, 박두진, 김남주 시인의 시를 한글 가사로 쓰고 있다.
"가사가 된 시의 작가들은 대다수가 전문시인이 아니라 남한의 민족주의자들이며, 여기에 공산주의자라고 할 사람은 없다고 한다. '노동', '인민', '평등'과 같은 용어들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높은 민족적 차원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작곡가는 해설했다[2].
악기 편성/성악가/등장인물
악장 구성 및 가사
I. Die Geschichte (역사)
- 장엄하여라 백두산 억센 줄기
삼천리를 내리 뻗어
수려한 내 나라는 동방의 금관(金冠)
구만리 눈부신 하늘은 대지의 영원한 미소
너울지는 바다는 나부끼는 옷
우리 겨레는 하나이다!
- 경련
- 나는 땅이다.
오천년 기다긴 빗물을 받아먹고
걸걸한 백성의 눈물을 받아먹고
슬픈 씨앗을 키워온 가슴 문병란
백두여, 천지여
맑은 샘물 넘쳐 흘러라
그리하여 나의 땅은
우뚝 선 곳도
후미진 곳도 없는
태평 삼천리
돛대 놓은 곳엔
사람이 하늘이요
일하는 자가 주인인
조상의 넋을 나부껴라
- 백기완
- 하늘과 땅의 축복으로
비와 눈과 바람의 축복으로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를 누리는 나라
노래와 춤의 나라
종교도 도덕도
예술도 문화도
모두모두 노동의 깃발 아래 모여 하나인
나라의 꿈
그래서 겨레사랑을 말로 하지 않고
얼싸안고 비벼대는 몸으로 하고
온몸으로 노래하는 나라.
-문익환
II. Die Realität I (현실 1)
- 한반도는 어둠과 아픔으로, 운명으로 깨달았다.
그리하여 아침 해 부챗살처럼 빛나는 진리 내세울지어다.
이제 때가 왔다. 외세가 가랑잎처럼 굴러가고
이 땅의 개망나니 총칼 독재 묻혀버리고
눈보라 개마고원에서, 남포에서, 광주에서, 마산에서
40년 동안의 분단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태워버리고
모든 원한 다 풀어헤치고 옷고름 풀어헤치고
옛 조선 이래의 질곡 휴전선 억새밭으로 몰려가
산토끼처럼 노루처럼 하늘의 멧새처럼 뛰노는 날
6백리 가시철망 모조리 걷어치운 날
몇 백 개 미사일 뜯어버리는 날 그날
아 그 언제인가 가장 자랑ㅇ스럽게 외인부대 떠나는 날
그 날이 닥칠지어다.
-고은
-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는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문병란
-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골백번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이 진흙의 한반도에서
다만 녹슬지 않는 비싼 넋으로
밤이나 낮이나 과녁이 되어
내가 죽고 다시 죽어
스며들지라도
오는 봄에 나무 끝을 쓰다듬어주는
작은 바람으로 돌아온다면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양성우
- 녹슨 철로 위에 무성한 잡풀들의 철로 위에
나의 사랑은 빗발쳐야 하는 것
사형대 위에서 사라져야 하는 목숨일지라도
나에게는 어머니와 조국의 사랑의 손이 있는 것
-박병우
III. Die Realität II (현실 2)
- 우리는 아직도
우리들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깃발을 내릴 수가 없다.
그 붉은 선혈로 나부끼는
우리의 깃발을 내릴 수가 없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절규를 멈춘 것이 아니다.
그렇다. 그 피불로 외쳐 뿜는
우리들의 피외침을 멈출 수가 없다.
불길이여! 우리들의 대열이여!
그피에 젖은 주검을 밟고 넘는
불의 노도, 불의 태풍, 혁명에의 전진이여!
아름다운 강산에 아름다운 나라를,
아름다운 나라에 아름다운 겨레를,
아름다운 겨레에 아름다운 삶을
우리들의 목표는 조국의 승리,
우리들의 목표는
정의, 인도, 자유, 평등, 인간에의 승리인,
인민들의 승리인,
우리들의 혁명을 전취할 때까지.
아, 피를 피로 씻고,
불을 불로 살라,
젊음이여! 정한 피여! 새 시대여!
-박두진
IV. Die Zukunft (미래)
대지로부터 곡식을 거둬들이는 농부여
바다로부터 고기를 길러내는 어부여
화덕에서 빵을 구워내는 직곡이여
광맥을 찾아 돌을 캐내는 광부여
돌을 세워 마을의 수호신을 깎아내는 석공이여
무한한 가능성의 영원한 존재의 힘 나의 민족이여
일어나라, 더 이상 놀고먹는 자들의
쾌락을 위해 고통의 뿌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빼앗는 자가 빼앗김을 당해야 한다.
이제 누리는 자가 눌림을 당해야 한다.
바위 같은 무게의 천년 묵은 사슬을 끊어버려라.
싸워서 그대가 잃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쇠사슬 밖에는 승리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칼에 얼굴이 긇히고
도끼에 뿌리가 찍히고 외세 총알로
몸뚱이가 온통 벌집투성이인 그더고도
삭풍에 의젓한 우리나라 상수리 나무여.
-김남주
북을 쳐라
새벽이 온다.
새벽이 오면 이방인들과 그 추종자들이
무서움에 떨며 물으리니
누가 아침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타오르는 해를 보게 하라.
오 오 영광 조국
동방에 나라 있어
거기 사람이 살고 있다 하라
때가 오면 어둠에 지친 사람들이
강변으로 나가 머리를 감고
밝은 웃음과 사랑노래로
새로운 하늘과 땅을 경배하리니
오 오 그날이 오면
겨울이 가르쳐준
모든 언어, 모든 진리로 영광을 빛내자.
북을 쳐라, 바다여 춤춰라
오 영광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통일이여!
-백기완
해설
작곡가는 직접 쓴 해설에서, (비록 북한에서 초연되긴 했지만)
- "남한의 민족시인들의 절통한 부르짖음이 분단된 내 나라 이북에 메아리쳐, 좌우의 정치적 현실을 초월하여, 민족의 쓰라린 심정이 38선을 뛰어 넘어, 똑같이 호흡하고 눈물로 민족의 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지 않은가.
- 이 곡을 통해 작곡가도, 시인들도, 또 연주자들도 어떠한 영예를 차지해서는 안된다. 오로지 찢어진 심장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꿋꿋이 통일의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민족의 숭고한 정신 앞에 영예가 돌가간다면 나는 작곡가로서 행복할 것이다"
라고 쓰고 있다.